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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이 빛나는 시간
  • 등록일2010-11-02
  • 작성자0 / 박소라
  • 조회941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가 되기까지의 짧은 시간, 11월 가을의 끝자락에 다다른 수목원의 풍경은 그 짧은 세시간동안 가장 빛나는 얼굴을 보여줍니다. 빛이 들기 시작해서 없어지기 전까지의 시간이며, 찬바람이 살짝 몸을 숨기는 시간입니다. 동시에 여름보다 늦게 깨어난 수목원의 모든 생물들이 호흡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호랑이기운처럼 솟아나던 활기가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여름의 아침보다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 만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따뜻한 가을'을 느끼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느날부터 수목원을 배회하는 시간의 변동이 거의 없어진 듯 합니다. 세상에는 '조화'가 참 중요합니다. 사회에도 조화가 필요하고, 가정에는 더없이 조화가 필요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결국은 조화에 달렸습니다. 그 조화가 깨지는 순간, 우리는 조금의 이질감 혹은 괴리감을 느끼곤 합니다. 각자가 정해놓은 조화의 기준이야 물론 다르겠지만, 조화가 깨지면 그 공간에 흐르는 기운도 달라질 것입니다. 제가 정한 나름의 기준입니다만 겨울이 되기 전, 수목원이 자연의 모든 만물과 가장 멋진 조화를 보여주는 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2시까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햇빛과 바람, 사람들의 호흡과 자연의 호흡, 수목원의 건물이 풍기는 기운이 모두 함께 일치하는 합치점이라고 해야할까요.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될 수 없어도 2010년의 사라져가는 가을이 보여주는 가장 멋진 순간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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