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한창인 10월의 중순, 가을의 절정입니다. 노란색의 따뜻한 기운이 나무를 감싸고, 강렬한 붉은색이 수목원을 온통 물들인 모습이 포근하기도 한편으로는 쓸쓸하기도 합니다. 즐겁다가도 우울해지는 감정의 변덕스러움이 괜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해가 짧아졌다는 것과 겨울이 훌쩍 가까워졌다는 것이 어느 곳보다 실감나는 가을의 수목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풍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늘이 파란빛을 숨겼습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햇빛에 물든 하늘이 붉은빛을 가득 머금어 휴게광장에 그림자를 잔뜩 내놓습니다. 노란 빛과 붉은 하늘, 조금은 찬 기운이 휴게광장의 가을을 스산하게 만들어줍니다. 일주일 전과 또 다른 가을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점점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다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겨울이 오겠지요. 그 때가 오기 전까지 아직 피부로 기억하는 여름의 따스함으로 가을을 끌어안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풍겨오는 가을의 적적한 기운을 온기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