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산책로를 걷습니다. 조용하고 아늑한 휴식처같은 곳이지만, 여름에는 푸르름이 주는 경쾌함이 존재합니다. 초록의 나무들이 산책로를 듬성듬성 메우고 있는 탓이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햇빛이 산책로를 그리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들어선 가을의 산책로는 조금 차분합니다. 점점 갈색으로 변하는 서양측백나무도 그러하고, 일찍 지는 해도 그러하고, 가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그야말로 고즈넉한 멋을 지녔습니다. 오늘만큼은 기다란 치마를 입고 두 손을 모은 다소곳한 여인이 생각나는 곳입니다. 이를 상상하는 제 마음도 덩달아 산책로의 기운을 쫓아갑니다. 조금은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왠지 여름보다는 가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들의 잎이 조금 더 갈색으로 물들면 그 때는 호젓한 곳이 되어 있을까요. 가을의 산책로를 걷고 있자니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