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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걷다 멈칫, 또 두 걸음 걷다 멈칫,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진한 향에 쉽사리 걸음을 떼기가 힘이 듭니다.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도는 그것은 솜사탕이나 캐러맬의 단내인 것 같기도 하고 메이플시럽이 가득 발린 케익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콤함 가득한, 그러나 확신할 수 없는 무언가가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청명한 초록색, 노란색 잎을 하늘하늘 흔들며 서있는 계수나무가 보입니다. 정작 당사자는 이유를 모른다는 듯 그리도 즐거운 기운을 내줍니다. 그 달콤한 계수나무 향을 함참동안 물씬 맡고 나서야 수목원의 계수나무를 찾으러 곳곳을 누볐습니다. 동그랗고 노란 잎이 달콤한 향과 참 잘 어울리는 것이 마치 교통표지판처럼 저절로 신호를 줍니다. 무궁화원 뒤쪽에서 몇 그루, 수목원 정문에서 한 그루, 관상수원에서 듬성듬성 몇 그루, 초입에도 또 한 그루. 그렇게 냄새만 쫓아다니니 셀 수 없이 많은 계수나무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고맙게도 계수나무가 먼저 존재를 알려옵니다. 계수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빠른 가을을 맞는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노란 잎들이 초록 잎과 자리를 맞바꾸고 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전부 노랗게 변해버린 잎을 하나둘 떨구겠지요. 모든 잎이 지기 전에 아쉬운대로 진한 향을 뿜어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문득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풍겨온다면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여러분의 앞, 옆 혹은 뒤에 분명 동그랗고 귀여운 노란 잎을 가진 계수나무가 서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