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식물원에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환절기인 요즘은 점심이 조금 따사롭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을 견뎌냈는데, 이만한 햇빛에도 금방 더위를 느끼는 것이 신기합니다. 여름에 비하면 더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점심에는 한줄기 바람이라도 고맙게 느껴지곤 하지요. 사막에서 물을 만난 기분이 이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치식물원은 예전보다 무성하지 않습니다. 항상 키큰 고사리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곤 했는데, 오늘은 잘 안보입니다. 그럼에도 바람은 양치식물원 안을 맴돌고 있나 봅니다. 충분히 빠져나갈 공간이 많은데도 그 안을 빙빙 도는지 더위가 비껴갑니다. 길다란 나무들이 햇빛을 막고 있어 그런 것일까요.
한 동안 그 곳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마주할 햇빛에 맞서는 제 나름의 비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