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습니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부는 바람은 봄을 닮았습니다. 아직 완연한 가을이 아님에 바람도 제 자리를 찾지 못했나 봅니다.
관상수원을 지나다 해가 높이 떠있는 하늘 위로 까만 별이 수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단풍나무 잎사귀가 햇빛을 받아 하늘에 그 그림자를 내주었던 것입니다. 하늘에 비친 그림자가 이렇게 예쁜 것이었는지 새삼스러워집니다. 위로는 이렇게 얼굴을 들 일이 자주 없으니 항상 초록 잎사귀만 눈에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자연을 경이롭다 하는 것일까요. 어떤 각도로 무엇을 보든 언제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서서히 단풍이 들 것입니다. 이미 하늘과 가까운 단풍나무 잎사귀들은 색이 변하고 있습니다. 곧 진한 갈색 빛으로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안겠지요. 그리하면 가을의 포근한 매력에 우리 마음도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다음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제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단풍나무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