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물안개가 육림호를 살포시 안았습니다. 비가 오니 새벽마다 짙게 피는 물안개가 하루 종일 육림호를 머물렀다 갑니다. 물안개가 피었다 걷힐 때마다 육림호는 회색빛의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합니다. 지상의 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육림호를 찾았습니다. 수목원의 물이 흐르는 모든 곳에서 피는 안개를 보고 육림호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또 가슴뛰는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나쁜 것을 가지고 가려는 것처럼, 물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면 전보다 훨씬 맑은 육림호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조금 해로운 생각, 나쁜 마음들도 가져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훨씬 개운한 마음으로 육림호를 나섭니다. 육림호에 산뜻한 공기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