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법 가을 날씨 답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가을이란 제각각 다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가을이 온 듯' 합니다. 부쩍 가까이 온 가을을 맞아 수생식물원이 오늘은 가을 옷을 입었습니다. 수목원의 식물들은 아직은 단풍으로 치장할 생각이 없어보여 조금 이른 듯도 하지만 유난히 하늘이 높습니다. 수생식물원의 식물들은 계절에 적응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이 되면 봄 옷을 입고, 여름이 되면 여름 옷을 입습니다. 어느 때고 그에 맞춰 변신 할 줄 아는 멋진 녀석들입니다. 그래서 매번 다른 색깔로 저를 맞아주곤 합니다. 지금은 가을 옷을 입었습니다. 누구하나 소리를 높이지 않고, 누구하나 튀는 일 없이 항상 고요한 곳이지만, 어쩌면 이곳에는 계절의 전령사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전령사가 성큼 다가온 가을의 멋진 바람을 맞아보라 말하며 수생식물원의 모든 식물들을 갈색빛으로 바꾸는 것은 아닐까요. 바람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수생식물원 한 가운데에 서서 고요함을 핑계삼아 오늘도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