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은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서 많이 보입니다. 수목원에서도 물이 스민 곳에서만 물봉선을 볼 수 있습니다. 정문에서 들어와 느티나무길을 걷다보니 아니나다를까 물이 흐르는 곳에 물봉선이 꽃을 피웠습니다. 두 걸음 지나 하나, 두 걸음 지나 또 하나 듬성듬성 하나씩 보입니다. 이제 곧 무리를 짓겠지요.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 꽃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렸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면 휘리릭 날아가버릴 것 같은 가녀린 모습입니다. 물봉선의 열매가 익으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는 종자가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지어진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오직 나비에게만 자신을 허락하는 물봉선. 하지만 사실은 굳이 그리 말하지 않아도 건드릴 수 없습니다. 꽃이 매달린 그 모습이 너무 여리여리해 한 번의 접촉에도 무너져버릴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고 애초에 만지지 말라 으름장을 놓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목원 길을 걷다 물봉선을 만나면 가만히 지켜봐주십시오. 그러다 간혹 나비가 앉게 되면 그 모습을 눈에 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비와 물봉선, 왠지 참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