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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의 여름
  • 등록일2010-06-28
  • 작성자0 / 박소라
  • 조회976
이제는 더위도 보통 더위가 아니지 싶습니다. 밖에 조금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것이 역시 여름은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운 여름, 특별히 요란한 것 없이 잔잔한 수목원의 이곳저곳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관람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박물관과 전시원 앞 작은 화단에는 지금 갈퀴망종화가 예쁘게 노란꽃을 피웠습니다. 망종화와 비슷하지만, 잎이 갈퀴덩굴을 닮아서 갈퀴망종화입니다. 관상수원에는 가지런하게 모인 흰 꽃들이 수염의 모습을 닮은 큰까치수염이 보입니다. 점잖은 신사의 수염처럼 잔잔하고 멋들어집니다. 그리고 지금 수목원에서 붉은 빛깔이 여러분의 눈에 띄는 나무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 넓게 자리를 잡고 앉은 일본조팝나무입니다. 진분홍색 꽃이 햇빛에 빛나서 더욱 눈이 부십니다. 가을까지 핀다고 하니 오래 두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혹시 잎을 하얗게 변화시켜 곤충을 유혹하는 개다래를 기억하실까 모르겠습니다. 개다래는 꽃이 작고 잎에 가려져있어 번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잎을 하얗게 변화시킨다 했습니다. 덩굴식물원에 가니 그 작고 하얀 꽃이 개다래 잎 뒤에 살며시 매달려 있습니다. 연약한 꽃을 위해 잎이 멋진 들러리가 된다니 보디가드처럼 든든합니다. 으름도 열매를 맺었습니다. 아직 그럴싸한 열매의 모습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 작은 녀석이 맛있는 열매로 한 몫 하겠지요. 관목원 중간에는 어른 무릎 높이의 산수국이 화려한 꽃 잎이 달렸습니다. 그 꽃 잎들의 색이 다양해 관목원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개다래와 마찬가지로 산수국의 큰 꽃 잎은 위장용이라 합니다. 암술과 수술이 없는 헛꽃으로 중간에 자잘하게 모여있는 것이 진짜 꽃입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색이 변하는 것이 산수국의 특징이라 하니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입니다.

저는 수목원에서 느끼는 '기다림'을 좋아합니다. 식물들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습니다. 그것은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단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을 못 보면 또 1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인지 계절마다 식물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기만 합니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기다림의 여행이라고 하지요. 그 기다림이 인생에서는 쓰디 쓴 한약과도 같지만, 그 후에는 고통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운 행복이 찾아옵니다. 마지막의 행복을 얻기 위해 기다려온 많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나면 무엇보다 그 결실이 값진 보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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