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하얀 별모양의 꽃이 층층이 달린 커다란 나무를 볼 수가 있습니다.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그 별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나무입니다. 길게 늘인 가지는 층계모양으로 빼곡해서 그 아래에 있으면 무더운 여름에 좋은 그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산에서 자라는 큰 나무에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린다 하여 이름 붙여진 산딸나무입니다. 층층나무과에 속하기 때문에 그 모양이 층층나무를 닮았습니다. 산딸나무가 쨍쨍한 햇빛을 받으면 녹색이 우거진 여름 숲 속에 별을 수놓은 것처럼 찬란합니다. 추운 곳에서는 자랄 수도 없다 하니 정말 여름이 어울리는 나무입니다.
이 여름의 나무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산딸나무에 가득한 하얀 별들이 꽃이 아닌 '포'라는 것입니다. 포는 잎이 변형된 기관입니다.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형태가 변형된 잎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포가 발달하여 꽃잎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산딸나무입니다. 때문에 산딸나무를 본 많은 사람들은 하얀 잎모양의 포만 보고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은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아직 동그랗게 달려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산딸나무를 한번 더 보러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그 꽃을 보러 갈 생각입니다. 또 다시 이 거대한 나무를 볼 기회를 제공하니 오히려 고마워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산딸나무가 눈길을 끌기 위해 작전을 펼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나무에 비해 꽃이 너무 작으니 잎처럼 큰 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지요.
참 고맙고 신기한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