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용식물견본원에는 요즘 벌들이 많이 보입니다. 꿀풀이 식물원 한 쪽을 가득 장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원을 걷다 발 밑을 내려다보면 꿀풀들이 하늘하늘 작은 보라색 꽃을 흔들며 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꽃 속에 꿀이 많이 들어 있어 꿀풀이라 부르는 이 식물을 벌이 그냥 지나칠리가 없습니다. 너나 할 것없이 앞다투어 윙윙 거리니 마치 벌들의 작은 전쟁같았습니다. 이 꿀풀을 한방에서는 하고초라 부릅니다. 여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죽는다 하여 하고초입니다. 어찌 보면 작고 보잘 것 없는 풀이지만, 한방에서는 우리 몸에 좋은 귀한 약재로 쓰인다 합니다. 한 여름이면 시들어버린다 하니 여름이 지나면 볼 수도 없습니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존재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풀입니다.
자신이 언제 죽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인생을 늘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여름이면 항상 시들어버리는 자신의 운명을 아는 꿀풀들도 무더운 여름을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갈 것입니다. 매년 더 예쁜 꽃을 만들고 바람의 흐름에 더 화려하게 몸을 맡기며 열정적인 여름을 보낼 것입니다. 그래서 꿀풀의 작은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