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에 작약이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꽃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 작약이 오목조목 모이니 그야말로 작약의 향연입니다. 매년 5월이 되면 수목원 한 구석에 자리잡은 연자방아 옆에는 화려한 색상의 작약이 커다랗게 꽃을 피웁니다. 연자방아는 옛날 한꺼번에 많은 곡식을 찧거나 밀을 빻을 때 사용되던 방아입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연자방아를 볼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나 처연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작약이 더욱 눈에 띄었나 봅니다. 가지런히 놓인 연자방아 옆에 화려하고 커서 매력적인 작약이 수두룩하게 피어있다니 그 이질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작약의 꽃말이 '수줍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그러고보니 꽃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안으로 조심히 말려있는 것이 부끄러움을 타는 소녀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이제야 작약과 연자방아가 함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연자방아가 그 옆에서 더욱 빛나는 것이 작약의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에는 조화로움이 존재한다는 것이 새삼 신기합니다. 자연과 옛 것의 조화, 그 흐름을 느끼고 바라보는 인간의 조화가 어우러져 지금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의 한 끝을 여러분도 분명 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느끼고 지켜봐 주세요. 어느 순간에는 수줍게 말을 거는 작약과 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연자방아가 누군가 다녀갔음을 느낄 수 있도록 그 끈을 놓지 말고 지켜봐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