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침엽수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의 위세가 자못 당당합니다. 바보처럼 한 자리에 서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태풍이 불면 태풍을 맞고, 뙤약볕이 쏟아지면 뙤약볕을 고스란히 맞던 그 나무입니다. 인간이 낫과 톱을 들이대도 촌보도 움직이지 못하고 쿵쿵 쓰러지던 바로 그 나무입니다.
지상의 생물 중에서 가장 크고 높고 오래 사는 나무는 예로부터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하늘의 말씀과 땅의 귀를 이어주는 영험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무수한 전설과 민담 속의 세계수며, 우주수며, 생명의 나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키 큰 나무를 만나면 나무 밑에 서서 수관을 향해 우러러 보십시오. 한낱 목재과 종이의 재료로 전락한 바보 숲에서 태초의 신성으로 그득한 생명의 나무를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