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원을 감싸고 도는 흙길입니다. 한때 이곳을 거닐었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흙길은 온통 수런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시장처럼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것 좀 보십시오. 구두와 등산화와 운동화들이 남아 떠들썩합니다.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서로 초면인 발자국도 있지만 함께 어깨를 겯고 지나간 발자국도 있습니다. 시린 발자국도 있고, 따뜻한 발자국도 있으며, 종종걸음도 있고, 느긋한 걸음도 있습니다. 속도의 제국을 건설한 일등 공신인 바퀴의 자국도 있습니다. 저 발자국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발걸음은 가고 발자국만 남았습니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깨금발로 뛰며 우리는 지금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