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숲에는 오래된 나무들의 주검이 즐비합니다. 쿵쿵 쓰러진 나무들은 영락없이 큰 나무들입니다. 웅장한 나뭇가지와 그늘을 드리우던 거목들도 한순간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전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좌탈입망하는 나무들도 있지만, 덩치 큰 활엽수들은 무릎부터 꺾어져 넘어집니다. 오래된 나무의 주검은 오랫동안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나무들의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이 꽃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서서히 분해되면서 버섯의 제국이 되거나 작은 곤충과 벌레들의 아늑한 집이 될 것이며, 마침내 썩어서 어린 나무와 들풀의 밑거름으로 푸르청청 되살아나올 겁니다. 모든 꽃잎은 한때 거름이었습니다. 나무의 죽음은 나무가 새로 젊어지는 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