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입춘입니다. 입춘은 24절기 중에서 첫 번째 절기로 태양이 황경 315˚에 왔을 때를 말하며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고 합니다. 입춘이 오면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이 녹고,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고,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 하였습니다.
봄 마중을 나갔습니다. 봄은 도대체 어느 길로 오는 걸까요. 숲으로 난 오솔길로 걸어갔습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된바람과 산그늘의 잔설은 아직도 차갑기만 합니다. 산모롱이를 돌아갑니다. 힐끗 봄의 옷깃을 본 듯도 합니다. 나뭇가지들의 겨울눈을 슬몃 훔치는 저 손, 나무들의 가랑이 사이로 축축한 흙을 건너다보는 저 눈빛. 오, 몽유처럼 깨어난 저 다람쥐!
숲길을 돌고 돌았지만 봄과 정면으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봄은 산 너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간절히 기다린 우리들 가슴속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