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사람만이 길 위에 길을 만듭니다. 본래 꽃과 짐승과 사람의 길이 다르지 않았지만, 사람은 그 모든 길을 지우고 단 하나 저만을 위한 길을 만듭니다. 짐승이 지나간 자리는 오히려 비옥해져서 다시 꽃이 피는데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사막이 됩니다.
아스팔트를 넘던 두꺼비와 족제비가 치여 죽어도, 사람들은 더 많은 산과 들을 헐어 새 길을 냅니다. 우리는 바짓가랑이 하나 젖지 않고, 신발에 흙 한 점 묻히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씽씽 달려갑니다.
속도와 경계가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 있습니다. 새벽에 고라니가 지나간 길을 사람이 지나갑니다. 밤이면 멧돼지가 가족을 이끌고 지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