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을 거닐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휴게광장입니다. 계절이 바뀌자 휴게광장을 찾는 손님들도 바뀌었습니다. 온통 흰눈으로 덮인 광장에는 이곳을 찾은 발자국들이 선연합니다. 사람보다 산짐승과 새들 발자국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통나무를 깎아 만든 의자에 멧돼지가 걸터앉아 담배를 피운 흔적은 없습니다. 고라니가 장의자에 누워 한숨 자고 간 흔적도 없습니다. 빈 의자는 오랫동안 빈 의자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아닙니다. 빈 의자가 아닙니다. 어떤 의자에는 흰눈이, 어떤 의자에는 겨울 햇살이, 어떤 의자에는 겨울바람이 버젓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만 귀 기울이면 도란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듯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