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조율하는 사람, 국립수목원 권은오 원장(글/김영희-과천사는 안동사람, 사진/박영대-동아일보기자) |
광릉숲으로 보내는 편지 2006년 3월 17일 광릉 숲은 1468년부터 세조 왕릉을 지키는 숲으로 5백년이 넘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숲이라구요. 넓이도 750만평이라니 대단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서울대공원의 4배가 넘는다고 하니 얼른 상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꽃과 나무뿐만 아니라 장수하늘소, 날다람쥐, 올빼미 등 다양한 동물들도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거의 모든 식물이 보존되어 관리,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무척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립공원, 수목원, 자연휴양림, 식물원 등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숲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숲은 건강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어서 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거의 전쟁에 가까운 일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
2006년 5월 1일 ‘북한에 식량이나 비료 등을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지속적으로 나무를 심어 빗물저장 및 지속적인 방출, 유기물 증가, 식량 증산 등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OECD에서도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산림녹화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황폐화된 북한 산림 복원에 이러한 경험과 기술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있지만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북한나무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더욱 많은 국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본다.’ |
2006년 5월 5일 이번 음악회는 원장님이 직접 기획도 하셨다구요. 무척 놀랐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 음악회를 한다니 어떤 유명한 사람이 나올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모두들을 놀라게한 출연진이었습니다. 수목원 일만으로도 많이 바쁘실 텐데 지난번에는 이곡초등학교 일일 명예교사로 초청되어서 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강의를 하셨습니다. 수목원에도 여러 가지 체험프로그램이 있지만 직접 아이들을 찾아가서 숲에 관해 설명하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원장님의 포천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또 있는데 바로 ‘광릉아카데미’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각계의 전문인을 초청하여 포천시민과, 군부대 장병들, 포천시내 각 기관과 연구소,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강연회는 포천의 문화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2006년 5월 10일 제가 직원이라면 휴일 없이 매일이라도 출근할 것 같았습니다. 집보다 더 좋아보이니까요. 그런데 원장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는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수목원의 제일 많은 손님인 유치원 꼬마들이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종알거리며 다니고 관람객들은 만날 때 마다 붙잡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고 그 와중에도 휴대폰은 자주 울려서 원장님을 찾았고요. 오늘 평일에 그 정도 인데 주말에는 어떨지요. 그래도 원장님은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항상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했습니다. 원장님 때문에 수목원에 스마일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푸른 숲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되돌아 나오면서 수목원을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조용히 모든 것을 품은 숲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산과 나무로만 보이지 않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장님과 많은 연구원들, 직원들 그리고 미래를 품은 아이들. 숲에 숨겨진 그런 보석들이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지요. 언젠가 그 숲 속에서 원장님의 오카리나 연주를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동> |
통권 104호 - 나도 안동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