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빛이 은은한 작은 도자기 그릇 정도면 됩니다. 아무렇게나 뭉쳐 만든 나무 그릇이어도 괜찮습니다. 그릇 안에는 출렁일 정도로 가을을 가득 담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두근두근 뛰는 마음을 푹 담갔다 건져냅니다. 그러면 설레는 마음에서 가을이 뚝뚝- 방울져 떨어지겠지요. 잎의 색이 조금씩 주황색으로 변해가고 그를 비추는 하늘이 더욱 파랗게 짙어지면 설레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그보다 먼저 가슴으로 느낍니다. 가슴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어느새 마음은 가을로 젖어들어 갑니다. 마치 가을 그릇 속에 담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단풍 들 때를 압니다. 그것이 가을임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