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이 낙하합니다. 갈색 깃털이 가벼운 몸 가누지 못한 채 바람을 타고 휙휙. 언뜻 그는 눈송이와도 같습니다. 눈보라가 치듯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갈색 눈송이. 낙우송 낙엽은 그렇게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에서 퐁퐁 쏟아집니다. 그의 낙엽은 바스락, 소리내지 않습니다. 사각 하고 밟히지 않으며 묵직하게 내려오지 않습니다. 가느다란 깃털같은 낙우송 잎사귀가 모두 떨어지면 갈색 구름이 생길 것입니다. 햇살이 들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갈색 구름 위로 소리 없는 어느 발자국이 수없이 새겨지겠지요. 뭉텅하게 빠져버린 낙우송 낙엽 뭉치가 좋습니다. 낙엽지기 전 풍성하게 사라락 하며 휘날리는 그의 초록 깃털이 좋습니다. 수생식물원 길 위로 불쑥 솟아 오른 그의 울퉁불퉁한 뿌리마저, 앙상하게 남은 그의 가지마저.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낙우송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