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울립니다. 숲생태관찰로 이곳저곳을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듯한 새들은 정신없는 울음소리와 함께 어느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낙엽을 떨굽니다. 그들이 앉은 자리는 그리도 높은 곳이었나 봅니다. 고라니 한마리가 저 멀리 있습니다.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빠르게 뛰어올라간 것을 보니 그가 서 있던 자리가 이곳인 듯 합니다. 고라니의 자리를 빼앗은 것만 같아 새삼 미안해집니다. 이렇게 겨울 숲생태관찰로의 하얀 숲길은 고라니가 서니 고라니의 자리가 되고 사람이 서니 사람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숲생태관찰로는 우거진 숲 덕분에 밖에서는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어 많은 나무들이 허물을 벗어던진 지금의 숲생태관찰로는 모든 생물들의 넓직한 놀이터입니다. 새들이 날아들고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이 놀이터에서의 조용한 하루를 제가 방해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