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집니다. 햇볕은 아직도 눈이 부실 정도로 쨍쨍하고, 시간은 여전히 초가을을 말하지만 비술나무는 조금 이른 가을을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수목원 후문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비술나무가 있습니다. 살짝 늘어진 가지에 바람이 깃들면 커다랗게 햇빛을 바로 마주하고 선 몇그루의 비술나무가 우수수 잎을 쏟아냅니다. 바닥으로 낙하한 비술나무의 작고 가는 잎사귀는 햇빛을 받아 회색 같기도 연한 갈색 같기도 한 묘한 빛을 냅니다. 손에 닿으면 부서질 듯 바짝 마른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립니다. 단풍도 들기 전 조금 이른 비술나무의 낙엽은 햇살과 바람을 동시에 등에 업고 가을을 날 듯 합니다. 바람이 불고 비술나무의 낙엽이 집니다. 비술나무 아래로 새로운 가을이 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