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진 가을의 쌀쌀한, 어쩌면 조금 쓸쓸한 오후 무렵입니다. 수예원 뒤로 노랗게 홀로 낙엽지는 계수나무를 보았습니다. 어둑한 하늘 아래로 길게 들어선 햇살은 계수나무의 나뭇가지 사이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초록 햇살이 쏟아집니다. 노란 햇살이 쏟아집니다. 수예원 단풍나무를 비추는 붉은 햇살이 쏟아집니다. 송송히 떠 있는 별처럼 또렷하게 하늘에 수놓아진 단풍나무 잎은 가을의 노을을 닮았습니다. 수목원의 10월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단풍나무의 잎이 햇살을 머금어 하늘에 노을만큼 붉은 별이 뜨는 계절입니다. 햇살이 단풍잎 위에서 춤을 춥니다. 그 모습이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 햇살과의 숨바꼭질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