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울씩 떨어지던 겨울비는 어느새 주룩주룩, 나뭇가지 사이를 가로질러 차갑게 떨어집니다. 그는 마치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듯 순식간에 땅으로 추락했습니다. 겨울비가 나뭇잎에 닿습니다, 솨아. 투명한 우산 위로 떨어집니다, 똑 또르르 똑. 자갈길에 떨어지는 빗물에 미끄러져 저들끼리 사각사각. 호수 위로 퐁퐁 뛰어 내려 조금씩 튀어오르는 빗물방울은 저마다 넓게 퍼져나가 다시 하나가 되었습니다. 똑똑똑 둔탁한 소리를 내는 나무데크 위를 걷습니다. 가득 고인 빗물 위를 첨벙첨벙 지나 벤치 위의 흠뻑 젖어버린 좁은단풍 낙엽을 바라보며 겨울비 내리는 수목원을 걷습니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차갑지만, 어두운 하늘이 쓸쓸하지만, 질퍽한 흙이 조금 불편하지만 겨울비를 벗삼아 천천히 나아갑니다. 주룩주룩, 솨아, 똑 또르르 똑, 사각사각, 퐁퐁, 똑똑. 그가 내는 소리입니다. 겨울의 수목원에 울려 퍼지는 오늘의 음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