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생식물원 나무정자가 새단장을 했습니다. 예전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황금색 빛나는 새 옷으로 당당하게 수생식물원에 섰습니다.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는 저만의 자세일까요. 그리고 어제 내린 눈은 전날보다 더 하얀 수목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추운 겨울,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나무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온 몸을 꽁꽁 싸매고 종종거리는 걸음으로 수목원 곳곳을 걷곤 합니다. 그래서 새단장을 한 나무정자가 자신을 뽐낼 상대가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쓸쓸하게 서 있던 나무정자에 이틀 전에 내린 눈, 어제 내린 눈, 오늘 내린 눈이 앉았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행여 다른 누군가가 앉을 새라 잽싸게 지붕 위를 덮습니다. 오직 하얀 눈만이 수생식물원 새 정자를 반겨줍니다. 나무정자의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봄이 오고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어느 누구의 발걸음이 정자로 향하겠지요. 그 전까지는 하얀 눈이 새 옷 입은 나무정자의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