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쨍한 햇빛에 나무들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햇빛이 비추는 곳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것은 온실 앞 복자기의 가지 위에도 있고 관상수원 깊숙한 숲길에도 있습니다. 탁트인 화목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눈이 온 후의 수목원은 하얀 도화지입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검정색 붓필로 가지만을 그려놓은 수묵화입니다. 그 위를 햇빛이 따뜻하게 비추니 그럴듯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햇빛을 따라 아무도 밟지 않은 화목원 눈길을 홀로 걷습니다. 새하얀 눈길 위에 홀로 새겨진 발자국이 싫지 않습니다. 겨울의 눈이란 이렇게 겨울을 찬란하게 만들어주나 봅니다. 겨울이면 야속해지는 바람과는 달리 햇빛은 점점 추운 겨울일수록 고마워집니다. 그야말로 햇빛예찬입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기 전까지 화목원을 포근하게 감싸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