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단풍나무에 부메랑 열매가 달렸습니다. 봄에 꽃이 지고 달리는 단풍나무 열매는 작고 귀여운 프로펠러 모양입니다. 하지만 초록색 열매가 도톰하게 익어 빨갛게 될 때까지 그를 눈여겨 살펴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빗방울이 가득 달려 반짝이는 단풍나무가 오늘만은 제 모습을 보여주려 애를 씁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에 단풍나무 열매의 두 날개가 흠뻑 젖었습니다. 투명한 빗방울을 달고 있는 단풍나무 열매가 힘겨워 보입니다. 대롱대롱 힘없이 매달린 빗방울이, 단풍나무 열매의 축처진 날개가 어쩐지 애처롭습니다. 단풍나무 열매에 매달린 동그란 빗방울이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입니다. 덕분에 빗방울에 발끝을 잡힌 단풍나무 열매 또한 비바람에 제 몸 가눌 줄 모르고 흔들립니다. 이 작고 예쁜 열매가 빨갛게 익어갈 즈음이면 살랑이는 바람에 빙글빙글 날개를 흔들며 사뿐히 날아오를 수 있도록 오늘같은 빗줄기 말고 빗방울 말고 비바람 말고 맑은 햇살이 내려앉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