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생식물원에 가을이 들면 한데 어우러져 자아내는 빛깔이 먼저 달라집니다. 조금씩 갈색빛으로 변하는 수생식물원의 수풀 사이로 길게 뻗어 흔들리는 부처꽃의 진분홍빛을 보았습니다.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길고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수북하게 핀 부처꽃도 함께 우르르. 바람이 잠잠해지고 햇볕이 따가워지면 그도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멈칫.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부처꽃이 춤을 춥니다. 바람이 타는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는 듯, 가을과 호흡을 나누는 듯 조심스럽게 몸을 맡깁니다. 그것은 차분한 발레같기도 하며 정열적인 탱고같기도 합니다. 부처꽃의 춤사위는 가을이 짙어지면 더욱 화려해 지겠지요. 바람이 제법 시원합니다. 덩실덩실 흥에 겨운 부처꽃의 몸짓이 물결처럼 퍼져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