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달고나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그곳에는 계수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머리 위 키 큰 계수나무 한 그루가 풍기는 달고나 향은 곳곳으로 퍼져 나가 짧은 거님길을 걷는 동안 달콤한 가을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아직도 코끝은 계수나무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가을길은 어느새 서늘하고 쓸쓸한 겨울길이 되었습니다. 계수나무 향은 가을이 지나듯 사라져 가고, 울긋불긋 단풍은 바짝 말라 초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겨울의 길. 무엇이 꽃을 피웠으며 햇살이 들었는지 바람이 지났는지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걷기 위한 길' 본연의 의미면 충분하다는 것을 압니다. 모두가 초연하여 가벼워졌기에 조금만 걸으면 끝이 보이는 겨울의 짧은 거님길, 이 길의 끝에는 역시 겨울이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