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모감주나무는 찬란하게 빛나던 여름의 순간을 뒤로한 채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그는 한 여름의 노란 꽃송이가 예쁘던 모감주나무이며, 가을에 까맣게 익은 열매 안의 검은 씨로 염주를 만들던 그 모감주나무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와 꽈리처럼 생긴 주머니 속 검은 열매 뿐입니다. 모진 겨울 바람을 맞으며 가지 한 끝을 잡고 대롱대롱. 겨울의 흔적을 담은 모감주나무 열매는 그렇게 하루 종일 흔들리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여름의 순간과 풍요롭던 가을의 순간과 애처로운 겨울의 순간, 마르고 뒤틀린 작은 주머니 속에 담긴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