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 들어선 순간 햇빛이 먼저 반겨줍니다. 한 발, 또 한 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부시게 비춰옵니다. 이런 색을 낼 수 있는지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늘은 산책로의 색이 화사합니다. 오늘은 햇빛이 산책로에 머무르고 있나 봅니다. 전보다 조금 햇빛이 따사로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 미치는 힘이 약해진 탓이겠지요. 햇빛과 겨울 바람의 경계란 바로 이 정도의 느낌 어디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햇빛이 반가워 산책로의 짧은 길이 아쉬워집니다.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한 길이지만 오늘은 사뭇 다르게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조금 더 커진 듯 합니다. 눈이 채 녹지 못한 하얀 숲길에 환하게 빛나는 노란 웃음이 번집니다. 하지만 이런 산책로도 즐겁다는 생각입니다. 햇빛이 만들어 준 화사함에 다들 신이 난 걸까요. 오늘만큼은 산책로의 길이 육림호를 지나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