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 세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어갈 때마다 바람이 뒤를 바짝 쫓아오는 듯 발자욱과 바람이 함께입니다. 문득 겨울의 바람은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춥고, 내일은 더 쌩쌩하게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봄에 부는 바람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바람이고, 여름에 부는 바람은 여름의 찌는 날씨를 누그러뜨리기 위함이고, 가을에 부는 바람은 가을을 더 시원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겨울을 더 겨울답게 만들어주는 겨울 바람은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혹독할 지라도 말이지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쓸모 없이 태어나는 법이 없습니다. 겨울 바람이 태어난 이유는 겨울을 겨울로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세차게 부는 바람이 산책로에 머무는 것은 산책로의 풍경을 완연한 겨울로 만들기 위해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