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을 정도의 향기, 길마가지나무의 향기입니다. 나그네는 아닙니다만 난대온실에서 화목원으로 향하던 제 발걸음을 붙잡던 향긋한 향. 봄 바람에 가득 묻어나오는 그 향이 너무나도 싱그러워 저절로 발이 멈칫하덥니다. 나그네의 길을 막고 가지 못하게 한다 하여 붙여진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에 어쩐지 웃음이 나옵니다. 그곳에 길마가지나무 몇그루가 표찰도 없이 우두커니 줄지어 서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그저 본래 그러한 듯 꽃잎을 타고 은은하게 베어나오는 향을 맡으면서 지나갈 뿐입니다. 어쩌면 길마가지나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길 없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눈을 맞추었습니다. 이른 봄 하얗고 작은 꽃을 그보다 진한 향기 내며 수북하게 피워내는 길마가지나무를 기억하기 위해 저도 열심히 애를 써보았습니다. 이 향기로운 꽃이 지고 나면 하트 모양의 빨간 열매가 아름답게 달린다 들었습니다. 그때는 꽃만큼 이쁘장한 열매가 또 한번 제 발걸음을 붙잡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