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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보라색 작은 꽃잎들이 바닥에 살포시 내려 앉은 수생식물원의 평화로운 오후입니다. 어느새 짙은 녹색의 수련 잎들이 수면을 가득 덮었습니다. 노랑꽃창포의 제법 커다란 꽃들은 이리저리 휘청이며 수생식물원 한 켠을 채워줍니다. 왜개연꽃의 작은 꽃들도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 크고 작은 노란 꽃들은 동의나물의 뒤를 이어 5월에도 어김없이 수생식물원을 노랗게 물들여 줍니다. 머리 위 등나무의 축 늘어진 가지를 그늘 삼아 노랑꽃창포의 노란 꽃과 햇살을 나눠 받고 수면 위를 가득 메운 수련 잎에 눈부신 햇빛이 반사되면 또 한 걸음. 이렇게 몇 번을 더 걷고 나서야 등나무의 맞은편에 설 수 있습니다. 발 밑으로는 제법 자란 올챙이 무리가 보입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헤엄치는 그들을 뒤로하고 살며시 고개를 내민 왜개연꽃과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다시 수생식물원 표찰 앞에 섰습니다. 구름마저 나무 사이로 천천히 산책하는 푸른 5월. 언젠가 뒷다리를 뻗으며 폴짝폴짝 뛰어다닐 개구리를 볼 수 있기를 기약하며 5월에는 이쯤에서 안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