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눈을 만났습니다. 어떤 이는 겨울이 봄을 시샘하였다 하고, 누군가는 봄을 환영하는 마지막 눈이라 합니다. 어찌되었든 봄에 내린 봄 눈입니다. 눈 내리는 수목원에는 온종일 하얀 가루가 날립니다. 바람의 흐름을 따라 나무 위에 소복히 쌓여 있던 하얀 눈가루들이 날리고, 지붕 위에서 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눈의 흔적들은 물이 되어 방울방울, 눈물처럼 흘러내립니다. 슬픈 듯 기쁜 듯 봄 눈은 그렇게 쉬이 사그라집니다. 사그라지는 것은 봄 눈 만이 아니었습니다. 땅을 비집은 새싹들의 마음과 봄 햇살 찾아 나온 동물들의 마음, 긴 겨울에 힘이 풀린 우리의 마음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덕스러운 봄비를 만났습니다. 해와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는 봄비는 하루종일 제 마음 잡지 못해 전전긍긍인가 봅니다. 바람 하나 제압하지 못하는 미덥잖은 봄비지만, 그럼에도 봄 눈 녹듯 사그라지던 마음에 새살이 돋는 것은 반가운 봄비소식 때문이겠지요. 기다리던 봄소식 때문이겠지요. 봄비 가득 방울진 초록 새싹 덕분에 마음만은 아직 맑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