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로 하늘이 목욕재계를 했는가 봅니다. 푸른 바다에 흰 돛단배를 띄우듯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을 띄웁니다. 두둥실, 느릿느릿 노를 저으며 구름이 지나갑니다. 하늘 한 가운데에 멈췄다 말았다 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더니 그것도 그만 지쳐버렸는지 나뭇가지 위로 걸터앉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입니다.
날은 춥고 바람은 찬데 눈 속에 담은 화목원은 아직도 가을입니다. 오직 나무만이 앙상하게 계절이 겨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겨울이 온다는 것은 그 동안의 묵은 마음의 때를 벗겨낸다는 뜻과 일맥상통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앙상하게 남은 가지로 한 줄기 희망 끝자락을 잡고 봄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가벼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될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 해가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라 말하는 겨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가을까지 쌓인 화목원의 묵은 때는 아직 씻겨 내려가지 않았나 봅니다. 온갖 나쁜 것들을 떨쳐버린 순간, 화목원에도 완연한 겨울이 찾아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