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를 지나는 길에 만난 것은 작은 햇살 조각입니다. 나란히 선 전나무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어린 햇살님. 그는 바짝 다가온 겨울의 길목에서 길을 잃은 듯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의 행동이 조심스럽습니다. 푸른 전나무 잎 사이사이 보였다 말았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숨바꼭질을 하는 그는 이제 겨울 햇살입니다. 이미 숲에는 겨울이 닿아 햇살마저 어둡게 빛납니다. 쨍한 햇살이 아닙니다. 따뜻하게 하늘을 비추지 않으며 곳곳에 미칠 정도로 커다랗지 않습니다. 살짝 걸터 앉은 겨울의 작은 햇살 조각 하나,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또한 저를 볼 것입니다. 햇살보다 바람이 세졌습니다. 겨울이 또 한 걸음 성큼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