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이끄는 길을 따라 관목원에 올랐습니다. 관목원의 우거진 수풀 사이로 살며시 들어온 오후의 햇빛은 저녁의 노을을 담아 적잖이 차분하고 불그스름합니다. 그가 수줍은 소녀의 얼굴처럼 불긋해져 구름마저 붉게 물들이기까지는 아주 조금의 시간만 있으면 됩니다. 가을은 무엇이든 단풍들게 하는 재주가 있는가 봅니다. 아직은 노을이 지지 않았습니다. 노을이 지지 않아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하얗습니다. 어쩌면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편안히도 가지에 걸터앉아 노을이 미처 다가올 줄 모르는 것이겠지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관목원의 언덕에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가지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건조한 나뭇잎이 잡힙니다. 구름이 닿습니다. 하늘이 닿습니다. 가을이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