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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주춤하던 보슬비는 하루종일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빗물로 축축해진 흙내음이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 안개가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작은 꽃에 빗방울이 송송 맺혀 뚝뚝 물기를 떨구는 금꿩의다리를 만났습니다. 만발한 금꿩의다리 꽃은 빗기운에 더욱 맑아져 꽃그림자를 하늘에 드리웁니다. 비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꽃잎이 아닌 분홍 꽃그림자입니다. 바람에 번지는지 빗줄기에 번지는지 알 수 없지만 분홍 꽃잎은 하늘 위로 끊임없이 분홍 꽃그림자를 뿌립니다. 보슬비에 작은 꽃이 꺾일까 비눗방울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이 다가갑니다. 어두운 하늘 위를 예쁘게 수놓은 분홍 꽃에 한줄기 빛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다가갑니다. 한동안은 수목원 숲길에 희뿌연 안개가 자욱할 듯 합니다. 또다시 자취를 감추어버린 여름 햇빛에 서운해진 마음을 금꿩의다리 분홍 꽃이 위로해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