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숲에 깃들어 겨울바람을 내려놓습니다. 내려앉은 겨울바람은 나뭇가지를 스치고, 스친 나뭇가지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눈 위에 앉은 그 나뭇잎은 눈 길 위에서 헤매지 말라며 어느 누군가를 위해 살며시 길을 내어줍니다. 그 어느 누군가가 지나온 길을 따라 나뭇잎이 줄지어 섰습니다. 겨울이 뿌린 눈이 바람을 따라 흘러갑니다. 그것은 오래된 고목 위에도 살며시 내려앉고, 돌 위에도 조심히 앉습니다. 바람이 굴린 눈은 작고 동그란 흔적을 내고, 그 눈을 밟은 수많은 짐승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섞입니다. 햇빛을 온 몸으로 내려받은 나무는 눈 위로 커다란 그림자를 내놓습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숲길에는 새의 울음소리와 고라니의 뜀박질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이제 막 겨울숲에 접어든 사람들의 호흡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옵니다. 나방의 고치에서는 언제쯤 나방이 나올까요. 어지럽게 흩어진 발자국은 어느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겨울이 깃든 숲을 천천히 지켜보십시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겨울의 흔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