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나무 그림자가 집니다. 햇살이 어린 느티나무 그림자입니다. 그것은 가을 그림자입니다. 단풍이 그득하던 가을 날의 느티나무는 낙엽을 쏟아내고 깃털처럼 가벼워 졌습니다. 바짝 마른 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사뿐히 내려와 지면에 닿는 순간 바스락. 땅 위를 빼곡하게 메운 느티나무 낙엽 위로 햇살이 닿고, 그림자마저 앉으면 역시 바스락. 어쩌면 그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소곤소곤 말고 바스락 이라면 어떨까요.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아 나는 소리입니다. 나뭇잎 어느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입니다. 작은 나뭇잎은 산산조각이 날 것입니다. 그 또한 바스락입니다. 그러므로 가을이 내는 소리입니다. 이제 가을이 떠나가는 소리입니다. 바스락바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