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숲에 고인 바람과 만났습니다. 전나무 숲에 매달린 햇살과 만났습니다. 바람은 물 만난 듯 뛰어 놀고 햇살은 쥐 죽은 듯 조용합니다. 전나무 숲은 햇살보다 바람이 즐거운 곳입니다. 바람이 이리도 즐거우니 여름에도 무더울 리 없습니다. 바람은 어느새 숲에 젖어들어 하늘에 닿을 듯 곧게 뻗은 전나무 푸른 향을 가득 머금고 고여 있습니다. 그 호젓한 숲길에 가뿐해진 마음의 평온이 있습니다. 키 큰 나무가 드리우는 그윽한 그림자 위를 천천히 걸으며 전나무만큼 푸르러집니다. 전나무 숲 안에 고인 바람처럼 산뜻해집니다. 전나무 향처럼 은근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