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을 맞은 수생식물원은 살얼음이 얼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나뭇가지들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수목원의 모든 나뭇가지들이 마음 속에서 정처없이 흔들리는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오늘은 스산한 수생식물원입니다. 살얼음이 어는 것과 동시에 얼음 아래 세상은 시간이 멈췄습니다. 아무 움직임도 없고 흔들림도 없는 잔잔하고 조용한 세상입니다. 덩달아 얼음 위의 세상에도 고요가 찾아옵니다. 혹시라도 파문이 일어 모든 잠들어버린 것들이 깨지 않도록 땅 위의 만물들도 잠잠해졌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멈춰버린 수생식물원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움직임과 소리가 있을 수 없어 티끌 한 점, 사심 하나 없는 매끄러운 그림 속 풍경이 되었습니다. 햇빛이 그들만의 세상을 방해한 것은 그로부터 몇 분 후의 일입니다. 한줄기 빛이 찾아들고 벼, 풀, 사초들이 조금씩 움직임을 보입니다. 얼음이 천천히 녹아들고 있습니다. 작은 새들이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빠르게 날아다닙니다. 드디어 정지상태였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수생식물원의 하루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