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움츠러드는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가을의 수목원을 걷습니다. 계수나무 잎사귀가 하나둘 떨어질 거라 상상했습니다. 달콤한 향내 가득한 계수나무 잎사귀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한껏 높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거라 상상했습니다. 하늘은 속을 알 수 없는 바다처럼 깊고 구름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킵니다. 상상하는 모습 그대로 고이고이 그림처럼 펼쳐진 수목원의 가을은 시간보다 조금 더디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하늘 높고 구름 깊은 바닷속을 걷듯이 조심스럽게 조금 더 상상해 봅니다. 계수나무 향이 짙어지겠지요. 하늘이 더욱 높아지겠지요. 가을이, 구름만큼 깊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