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능한 한 오래도록 가을이고픈 은행나무, 조금만 더 시간을 벌어보고자 끙끙, 애를 쓰며 가을의 거센 빗줄기마저 버텼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은행나무, 지나가는 시간이 그리 아쉽지 않은 듯한 그는 담담히 단풍을 맞이합니다. 그의 가을은 비에 씻겨 내려가는 듯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박물관 앞 커다란 은행나무는 반쪽만 단풍이 들었습니다. 한쪽은 여전히 완두콩의 빛깔같은 연두색, 한쪽은 병아리의 털처럼 보드랍고 예쁜 노란색입니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어쩌면 가을과 겨울 사이 어디쯤인 사람의 마음처럼 두 얼굴이 공존하는 은행나무는 시간 하나 잡지 못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잎사귀 하나 어쩌지 못한 채 점점 더욱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습니다. 예쁘고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연두색 잎사귀가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은행나무의 가을도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