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뚫고 올라오는 초록의 잎사귀들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설렘을 전해줍니다. 겨울 내내 곱게 품었을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져 흐뭇해지곤 합니다. 오선지 위를 바쁘게 오가는 음표 하나하나의 움직임처럼 즐거운 것이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라 할 수 있지요. 봄을 맞은 양치식물원에는 가득 깔린 낙엽 위로 초록의 고사리들이 올라왔습니다. 조심히 기지개를 펴며 가늘고 예쁜 잎을 위로 올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몸짓을 보니 긴 겨울잠에서 좀처럼 깨어나기 힘든가 봅니다. 봄과 사투를 벌이는 마지막 겨울바람에 고사리의 기상이 주춤한 듯 합니다만 조만간 양치식물원에도 초록빛이 가득하겠습니다.
금낭화 꽃대가 바위 사이로 올라왔습니다. 꽃의 형상도 보이지 않는 매발톱 잎사귀가 땅을 뚫고 조심히 얼굴을 내밉니다. 바람에 흔들리면 종소리를 낼 것만 같은 작은 분홍 꽃과 햇빛에 더욱 당당한 매발톱의 청색 꽃이 이리 태어나는가 싶어 아직 제대로 모습도 갖추지 못한 그들임에도 반갑습니다. 바람에 몸이 시릴까 낙엽을 덮어주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한참은 기다려야 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리지 않아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런 것이 바로 봄의 생명력이고 봄 꽃들의 생명력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