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높이 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득 매끈하게 뻗은 전나무의 줄기를 끌어 안고 싶어집니다. 전나무 가지 위로 바로 보이는 하늘은 사실 그리 높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나무가 하늘 위로 높이 뻗어 하늘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뭉게구름이 전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다 그 육중한 허리를 마저 빼내지 못한 채 가지에 걸려 버린 것은 아닐까요. 육림호 가는 길가에 틈틈히 무수하게 심어진 전나무는 모두가 쌍둥이처럼 같은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육림호를 지나 전나무 숲길까지 이어집니다. 장엄한 기운을 한껏 뿜어내는 전나무길 초입을 쉬이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저 고개를 들어 굵고 곧은 전나무 줄기와 앞으로 쭉쭉 뻗은 푸른잎과 가지에 걸린 구름과 사이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만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웅장한 오페라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오페라의 선율이 가을의 바람을 타고 흘러 전나무 숲길까지 이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