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늘인 복자기의 가지가 바람에 한가로이 춤을 춥니다. 가지에 걸친 빨간 복자기 단풍잎은 아슬아슬 위태로이 흔들립니다. 이제 가을이었던 것은 가지에서부터 뚝뚝 땅으로 추락하고, 나뭇잎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위험합니다. 금방이라도 그는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심호흡을 크게, 그리고 곧 체조선수처럼 사뿐히 내려 앉습니다. 바짝 마른 몸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는 낙엽이기 때문입니다. 낙엽이라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단풍이 든 복자기의 잎사귀는 가지에 붙어 찬란한 마지막 가을을 보내고, 낙엽이 된 복자기의 잎사귀는 땅으로 떨어져 우아하게 가을을 버립니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나무 벤치가 복자기 사이로 듬성듬성, 책을 읽는 누군가와 손을 맞잡은 연인들이, 복자기의 단풍잎과 복자기의 낙엽이 어우러진.
낭만, 별 것 있겠습니까. 이정도면 충분하지요.